우선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김지수라고 하고요 간디학교 19기입니다. 자기 소개라고 하면… 또 뭐 해야 되지. 지금 서울 도봉구에 자리를 잡고 얼마 전부터 살고 있고, 한 세 달 됐어요. 지금은 알바를 하면서 돈을 조금 벌고, 조금 쓰고, 많이 놀면서 살고 있어요.

조금 벌고, 조금 쓰고, 많이 놀고- 너무 좋은 기조네요. 알바는 어떤 걸 하고 계세요? 

제가 하는 알바가 ‘오늘공동체’ 사업장들에서 구해진 알바들인데요. 하나는 이 카페에서 마감 청소 알바를 하고요. 또 하나는 근처에 있는 도시락 가게에서 도시락 포장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오늘공동체’에 대해서 소개를 좀 해주실 수 있어요?

‘오늘공동체’는 도봉산 역 근처에 있는 공동체인데… 어떻게 소개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공식 소개라기보다는 그냥 제가 느끼는 주관적인 거를 말해보자면 ‘이렇게 행복한 공동체가 있구나’ 하고 저한테는 놀랐던 곳이에요. 보통 공동체라고 하면 저는 다 치고 받고 싸우다가 결국은 뭔가 의견 통합이 안 돼서 파탄이 나고마는, 그런 게 제 안에 있는 이미지였는데. 근데 여기는 되게 오래 유지가 되고 있고 그리고 그 안에서 뭔가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그래서 저한테는 관계의 방법을 배우는 곳이었어요. 

어떻게 처음에 알게 되신 거예요? 

제가 ‘비전화공방’이라는 곳에 다녔었거든요. 2019년에 간디 졸업을 하고 들어간 곳이었어요.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사업이었는데, 이렇게, 전기와 화학물질을 적절하게 쓰면서 자립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배우는 곳이었어요. (서울혁신파크 안에 있었죠?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고 프로젝트라고도 할 수 있고요.) 지금은 공간은 없어졌어요. ‘오늘 공동체’는 거기 동료 친구가 얘기해줘서 알게 됐어요. ‘오늘 공동체’ 대표님하고 그 친구하고 얘기를 하다가 거기에서 제공하는 공동체 학교 프로그램을 ‘비전화공방’의 멤버들과 해보자는 제안을 그 친구가 했고, 그래서 몇 명이 그 프로그램을 듣게 된거죠

어떤 순서로 얘기를 해볼까요. 간디부터 얘기를 한번 해볼까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말에 채식을 시작했거든요.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 졸업할 때까지 같이 채식하는 친구들이랑 그런 얘기를 계속 해왔던 것 같아요. 우리는 왜 채식을 하려고 하나, 뭐가 문제라고 느껴서 채식을 하는 거고, 실제로 뭐가 문제일까? 이런 얘기를 하다가 당시에 저한테 엄청 크게 느껴졌던 게 ‘자본주의 속에서 생산과 소비가 단절되고, 동물이 고기가 되는 과정을 우리가 모르니까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거야’ 라는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생산과 소비의 단절’이라는 게 저에게는 채식 이야기에서 시작된 거지만 이후로 채식을 넘어서 모든 것에 적용이 되어버렸던 것 같아요. 마트에 가면 물건이 엄청 많은데, 그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하나도 모르고 상상하지도 못하는 것들이 세상에 막 들어차 있다고 생각하니까, 당시에는 그게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겠어’ 라고 결심했었어요.

채식에서 이제 자급자족, 자립 이런 것까지 관심이 확장이 된 거네요.

네. 그때는 동물권 이런 거는 잘 몰랐기도 했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돼지 한 마리를 행복하게 키워서 내가 먹겠어’라는, 그런 자급자족을 꿈꿨던 것 같아요.

그 생각은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에서 나오게 된 거예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지금도 동물을 먹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생각해보면 지구에서 다 서로 잡아먹고 그렇게 해서 사는 건데. 그런데 다만 지금 방식은 뭔가 좋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냥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다른 방식이 그거였던 것 같아요. 행복하게 잘 키워서, 고통 없이 한 번에 죽여서 먹어야지- 라고 생각했었죠. 그때는.

그러면 간디 3년 동안 지수님은 어떤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페미니즘이 되게 큰 관심사였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강남역 살인사건 일어나고, 학교에서도 여러 가지 일이 많았고요. 채식도 페미니즘보다는 약간 얇은 줄기였지만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 공동체, 교사회와 학생의 관계, 우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지하는 것들. 뭐랄까…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공동체에 대한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고 싸울 일도 꽤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맞아요. 엄청 많이 싸웠던 것 같아요. 싸우고 욕도 많이 하고, 먹고 그랬겠죠? 

지금 그 시간들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싸우고, 욕하고, 욕 먹고… 

지금 돌아보면… 되게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아는데 그때는 몰랐던 것들이 있으니까 아쉽기도 해요. 

어떤 점에서 그래요? 지금은 알고 그때는 몰랐던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요?

이거는 제가 ‘공동체 학교’에서 배우면서 많이 느낀 건데, 사실 간디학교에서는 공동체라는 것에 대해 정의나 입장이 좀 불분명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식총을 하다가 보면, 누가 ‘우리가 공동체인데 뭐 이렇게 이렇게 해야지’라고 하면 또 다른 사람은 ‘난 우리가 공동체라고 생각 안 하는데?’ 그래요. 그런 게 하나도 정해지지 않은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죠. 간디에서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학교다’ 정도로 서로 합의를 하고, 그것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요. 그전에 학교라는 교육 기관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들이 제가 간디를 다닐 때도 늘 서로 계속 어긋나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누구는 공동체라고 생각하고 누구는 공동체라고 생각 안 하고 그런 걸 떠나서 같이 사는 이상 공동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같이 살고 있는데 ‘나는 공동체 아닌데?’ 라고 하는 게요. 학교 다닐 때 제가 제일 많이 힘들어 했던 부분이 인간관계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잖아요. 그런데 그 인간 관계에서의 문제가 그냥 친구 사이에 ‘내가 쟤랑 밥 먹다가 말싸움했어’ 이 정도도 있지만, 더 범위가 커져서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도 종종 생기잖아요. 예를 들면 책임안건 같은 상황에서… 사실 저도 3학년 때 큰 책임안건의 당사자로 식총에 올라갔었는데 그 뒤로 제 삶이 엄청 변했었거든요. 좋지 않은 쪽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학교에 연혁표가 2017년도 말인가 강당에 붙었었어요. 제가 친구들 몇 명이랑 그 연혁표를 훼손했었거든요. 글자가 스티커로 붙어 있는데, 자음 모음을 이제 다른 글자로 조합하는 그런 일을 했는데, 그때는 학교가 너무 싫었거든요. 그때 제가 막 연혁표에다가 뭐 욕도 써놓고, ‘사랑과 자발성’을 이렇게… 비속어로 바꿔놓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때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페미니즘 열심히 하는 애였는데,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던 애가 그런 각종 몹쓸 말들을 이제 해놨으니까… 이렇게 좀 큰 사건이 됐었어요.

그런 일을 하셨다는게 놀랍기도 하고, 어떤 마음이셨던걸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그걸 할 때는 그냥 학교가 싫은 마음에 학교에 대해서 몹쓸 말을 써놓는 게 재밌었던 거죠. 그런데 학교가 싫은 마음에는 되게 여러 가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저한테는 공동체와 직결되는 것 같아요. 내가 페미니즘을 학교 안에서 아무리 뭔가 열심히 하고 민감하게 문제로 느낀들, 해결되는 것은 없고, 불편한 일들은 계속되고. 그리고 우리가 대안학교라는데, 우리 학교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게 뭔가 정말 대안이 맞나? 우리가 대안학교 맞아?’ 하는 생각이 들어도 그런 고민들이 잘 풀어지거나 나눠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제 방법이나 표현도 미숙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풀어낼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했는데. 식구총회가 형식상 그런 자리이긴 하지만 충분치는 않다고 느꼈어요. 거기서 오히려 정말 솔직한 이야기가 나오거나 누군가의 불편한 마음을 해결하거나 마음을 돌보거나 하지 않잖아요. 식구총회라는 게 있긴 한데 그게 진짜 ‘이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안전하고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그런 곳은 못 되고, 오히려 어떤 점에서 그런 울타리 바깥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서는 무슨 말이든 좀 조심해야 되고 꼬투리 잡히지 않게 잘 말해야 되고 그런. 

그런 일을 하고 식구총회 앞에 나가서 책임 안건의 당사자가 된다는 것이 정말 감당하기 쉬운 일은 아닌데요. 어떤 부분은 여전히 상처로 남았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죠. 그때 당시에 되게 힘들었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오랫동안 저한테 떨쳐지지 않는 사건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내려놨지만. 엄청 큰 일을 겪고 나서는 예전의 상태와 똑같이 돌아가지지 않잖아요. 돌아올 수 없는 어떤 곳으로 온 느낌이에요. 이렇게 말하니까 이상한데.

아니에요. 그 전과는 같아질 수 없죠. 사회적 문제로 접근하든, 나 자신의 개인적인 이슈로서 바라보든, 그걸 지금 계속 고민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신 거죠. ‘공동체란 무엇인가’ ‘관계란 무엇인가’ 그런 걸 계속 질문하시면서.  

또 그런 거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정리가 된 것 같아요. 

그러면 어떻게 정리해갔는지 얘기를 좀 해볼까요?

그때 당시에 객관적인 것들은 정리가 많이 된 것 같아요. 어떤 게 내 잘못이었고, 그렇지만 또 내가 뭔가 잘못을 한 동시에 상처받았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고, 그렇다면 그때 이런 방법이 있었다면 좋았겠고, 라는 것들은 정리가 됐는데, 어쨌든 뭔가 심리적인 타격이 있었으니까 그게 뭔가 지금도 좀 남아있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나 뭔가 트라우마처럼 그때 있었던 일들에 영향을 받고 있는데. 그런 영향을 받고 있는 걸 내가 인지하고, 현재와 과거의 다른 상황들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이걸 없앨 수 있을까? 없앨 수 없다면 어떻게 이거랑 같이 살까? 두려움이나 불안해지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그러면 구체적으로는 졸업 후에 어떤 선택이나 어떤 활동들을 통해서 그 작업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2019년에 ‘비전화공방’에 갔었고, 2020년에는 순창 지역에 내려갔었어요. 올해 서울로 다시 올라왔고요. 그리고 ‘공동체학교’를 한 거는 2020년 초니까, 순창 가기 조금 전에 ‘공동체학교’ 수업을 시작했네요. 순창에는 ‘비전화공방’을 같이 졸업한 동료 3명이랑 같이 내려갔었는데, 지역에서 공동체로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동료들 몇 명이 모여서 여러 지역을 돌면서 우리가 갈 만한 곳이 있을까 찾아봤는데 순창에 그런 인프라가 있었어요. 청년들이 묵을 수 있는 쉐어하우스 같은 것도 있었고요. 그 쉐어하우스 운영하시는 분들이 ‘흙건축연구소’라는 건축사무소를 하시는 분들이었는데, 그곳 작업장 같은 공간을 빌릴 수 있으니까 목공 작업 같은 거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될 거고. 또 그분들 소유로 ‘모두의 숲’이라는 산도 있었어요. 그 산도 좋은 공간이어서 순창이 우리가 내려오기에 좀 적절한 곳인 것 같다. 그래서 순창으로 갔었죠.

지역살이에 대한 마음은 어떤 걸 기대하고, 혹은 무얼 목표로 하고 가신 거예요? 

사실 지역살이에 대한 어떤 환상이 있었다기보다는 제가 서울에서 살았던 게 그 ‘비전화공방’ 했던 1년 정도 뿐이에요. 서울은 확실히 살아보니까 ‘여기서 내가 계속 살아가기에는 좀 버겁다’는 느낌이었어요. 서울에서 혼자 사는 것이 썩 좋지 않기도 했고 한계가 많다고 느꼈어요. 

서울에서 어떤 한계가 있었어요?

일단 집값이 너무 비싸서. 여기서는 살기만 해도 돈이 펑펑 나가는 곳이잖아요. 또 내가 쓸 수 있는 공간도 되게 한정적이고요. 서울에서 내가 농사를 짓고 싶어서 밭을 빌린다거나 할 수 없고, 넓은 작업실을 갖고 싶다고 해도 어려운 일이고. 그리고 지하철 같은 데 가면 사람이 엄청 많고 붐비잖아요. 저는 그런 순간을 되게 싫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울에서는 ‘여기는 내가 계속 살아갈 만한 곳은 아니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순창에 가실 때에는 길게 살 생각이 있으셨어요, 아니면 한번 경험해보자 하는 생각이셨어요?

처음 순창을 간 건 약간 베이스 캠프 같은 느낌이기도 했어요. ‘일단은 여기에서 해보는데, 우리가 뭔가 또 다른 지역을 계속 찾을 수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갔는데 결국은 거기서 조금 진득하게 살게 되어서. 사실 서울로 다시 올라올 마음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얼마 정도 지내셨어요?) 순창에서 1년? 1년 반 정도 지냈어요. 이것저것 하면 되게 재미나게 살았거든요. 

순창 생활은 어땠어요?

일단 저는 되게 여유롭게 살았어요. 일이 있으면 하고, 일 없으면 벌어놓은 걸 뜯어 먹으면서 그냥 살고. 또 그 건축연구소 대표님께서 이런저런 기획들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서 그런 사업들을 저희한테 많이 물어다 주시기도 했고요. 그래서 되게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하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모두의 숲’ 산 관리하는 일도 겨울에 잠깐 했었고. 또 저희가 있던 곳이 동계면이었는데 동계면 마을 조사하는 일을 대표님이랑 같이 했고. 그런데 사실 저희가 순창에서 메인으로 하고 싶었던 건 같이 일을 하는 거였거든요. 같이 마을 가게를 열고 싶었는데, 그 마을 가게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너무 싸워가지고. 마을 가게 일은 저는 안 했어요. 여러가지 일을 했지만 우리가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했던 일을 안 맞아서 못하게 되다보니 무슨 일을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사실 시골에서는 농사 일이야 배우고 싶으면 정말 선생님들이 사방에 계시긴 한데, 저는 농사일 말고 다른 것을 배우기에는 좀 좋지 않은 환경인 것 같다고 느껴졌어요. 나는 지금 순창에서 본격적으로 할 게 없고, 뭔가를 만들어내려면 내가 능력이랄까 할 수 있는 레퍼토리들이 있어야하는데. 난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고, 그래서 남이 만들어주는 일을 항상 하거나… 아니면 그냥 거기서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만들어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시골에서 살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지평을 좀 넓혀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면 뭔가를 배워서, 능력을 키워서 다시 시골에 내려가자- 라고 해서 서울로 올라왔죠.

배우고 싶었던 건 어떤 거였어요? 

그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판화였는데, 제가 마을 조사에서 했던 게 각 마을마다 그림을 한 장씩 그리는 거였는데 제가 그걸 판화로 했었거든요. 하다 보니까 재밌고 더 잘 하고 싶은데, 그것에 대해서 심도 깊게 알고 있다거나 뭔가 기술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판을 파서 찍는 단순한 것만 할 수 있는 것이다보니  좀 더 배워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것이 시초였어요. 그게 나중에 좀 확장되어서, 내가 관심 있는 게 생기면 그걸 좀 더 배우고 내가 할 수 있는 걸로 만들어서 그걸로 자립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되었고요.

그러면 2021년에 서울로 다시 올라오신 거예요? 

2021년 12월 말이니까 거의 2022년. 2020년 초에 ‘공동체학교’ 시작할 때가 ‘오늘 공동체’와 처음으로 연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는 되게 희미한 연결이었고 대표님 한 사람과의 연결이었다면 서울 올라오고 지금은 다른 공동체 구성원분들과도 조금 더 많은 가닥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오늘 공동체’ 얘기를 한번 해볼까요. 잘 모르는 분들이 들으면 감이 잘 안 올 것 같은데,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건 어떤 뜻일까요?

네. 공동체 멤버는 아닌데. 그 공동체 공간을 자주 놀러 간다거나 공동체 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고. 그리고… (주거 공간을 공유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네. 저는 아니지만 공동체 건물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밖에도 따로 사는 공동체원들도 있고.

‘오늘공동체’의 목적은 뭐예요?

‘오늘공동체’의 목적은… 이름에도 들어가있지만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오늘공동체’의 목적이고, ‘오늘공동체가 어떤 곳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런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사는 곳’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동체학교’는 그걸 위한 과정 혹은 툴 같은 느낌이고요.

주거 공간이나 카페나 작업장을 운영하는 게 어떤 구조로 되어있어요? 

제가 공동체원이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간다거나 그런 거는 몰라요.

그러면 지금 ‘공동체학교’ 과정에 계신 건데, 마음에 들어하신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렇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처음에 말씀하셨는데, 어떤 점에서 그래요?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살다보면 갈등이 생기잖아요. 그리고 인간관계가 힘들다고 하는 게 그런 갈등 때문이고요. 아니 다른 것도 있나? 아무튼 그게 클텐데, ‘공동체학교’에서는 그 갈등을 해결하는, 혹은 예방하는? 갈등을 덜 수 있는 툴들을 배워요.

계속해서 어떤 공동체든 공동체 안에 있는 삶을 살아오신 거잖아요. 이제 3년간 사람들이랑 지지고 볶은 간디 시절을 끝내고 ‘난 이제 공동체 싫고 힘들다’ 이런 마음이 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좋은 공동체는 어떻게 될 수 있는 거지?’라는 쪽으로 생각을 하셨잖아요. 그 이유가 뭘까요? 

사실 학교 다닐 때를 엄청 좋아하기도 했고 엄청 싫어하기도 했거든요. 어떤 친구들이랑은 지금까지도 그냥 같이 있으면 너무 너무 좋고 행복하고, 그리고 또 어떤 일들은 아직까지 나를 좀 고통스럽게 할 정도로요. 수치를 100이라고 본다면 어쨌든 좋은 쪽으로도 100을 찍고 나쁜 쪽으로도 100을 찍었던 것 같아요. (같이 산다는 점에서?) 네. 같이 산다. 단순히 같이 산다기보다는, 주거하는 것만이 아니라 같이 삶을 보내는 그런 점에서요. 

좋은 점 100은 뭐였어요?

좋은 점… 그냥 저는 친구들을 되게 좋아하는데 같이 있으면 너무 재밌었어요. 너무 재밌고 항상 친구들이랑 얘기를 엄청 하고 나서 보면 되게 훌쩍 큰 느낌. 친구들의 생각과 그 친구들의 배움까지 다 나한테 전달되는 느낌. 그래서 그냥 풍요로웠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싫고 힘들었던 거는 아까 말한 그런 것들이었고요. 그래서 너무 싫어하면서 너무 좋았던 기억도 같이 있으니까, 약간 분열되는 것도 있었어요. ‘공동체의 ‘공’자도 다시 보기 싫어’라고 하면서도 항상 그런 걸 꿈꾸고 있고. 뭔가 어떻게 하면 좀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너무 싫기도 했지만 또 너무 좋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면 ‘공동체학교’가 끝나면 이제 ‘오늘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건가요? 

일원이 되거나 되지 않거나를 선택하게 되겠죠.

그건 이제 지수 님의 선택인 건가요? 지금까지는 만족스러워 하시는 느낌이에요. 

네. 왜냐하면 여기에서 생활하면서 공동체에 대해서 생각하면 올라왔던 그런 분열들이 좀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아요. 배우면서. 

‘공동체’라는 문제에 대해서 아주 오랫동안 삶으로 고민을 해오셨는데, 지수 님이 생각하는 공동체라는 건 뭐예요?혹은 좋은 공동체란? 

되게 어렵네요. 제가 생각하는 공동체… (한참 고민) 잘 모르겠어요. 좋은 공동체가 무엇인지도… 어렵네요.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 그냥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 같아요? 

처음에 얘기했던 것처럼 적당히 일해서 적당히 벌고 많이 놀고… 그것도 또 잘 모르겠네요. 

근데 이렇게 지수님의 이야기를 제가 읽는다면, ‘잘 모르겠다’라고 하는 사람의 삶의 경로 같지가 않고 굉장히 뚜렷해 보여요.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의 방향도 뚜렷해 보이고, 추구하는 거라든가, 이런 게 정답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보일 것도 같은데. 사실은 계속 고민하고 있으시다고 느끼세요?

저는 한번도 뚜렷하게 한 길로 갈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다만 돌아보니 뚜렷할 뿐이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거의 안 하고 사는 편이라서. ‘앞으로’ 라고 하면 잘 생각이 안 나네요.

이렇게 간디 때부터 쭉 한번 얘기해 보니까 어떠세요?

제가 정리가 잘 안 돼서… 하고 싶은 얘기들이 다 뭔가 엉뚱하게 튀어나온 느낌이네요.

저는 재밌고 좋았어요. 그걸 어떻게 또 깔끔하게 정리를 하겠어요.

어쨌든 뭔가 깔끔하게는 정리가 되지 않겠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들이 이렇게 단정하게 나오지 않아서 혹시 그걸 보는 사람이 뭔가 나를 오해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잠깐 스쳐 지나가고요. 

혹시 오늘 하고 싶었는데 못한 말이 있으시다면 지금 해 주세요.

사실 제가 ‘공동체 학교’를 시작하게 된 건 간디에서 있었던 일들의 영향이 컸거든요. 나는 학교에 있을 때 ‘이게 공동체라면 다시는 공동체 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가 있다고 하니, 그리고 거기서 수업을 연다고 하니 궁금해서 ‘그럴 수가 있나?’ 하고 수업을 들어보게 된 건데, 그 수업을 듣다 보니 거기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알게 된 사람도 많았고. 그러다 보니 저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서울 올라올 때도 ‘공동체와 더 밀접하게 지내겠어’라고 마음 먹고 올라온 건 아니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여기 살던 친구가 ‘이쪽으로 와’ 하고 꼬셔가지고 ‘그래, 그럼 여기 살지 뭐. 집값도 싸고.’ 하고 여기로 와서 지내게 된 거고요. 하지만 또 가까이서 살면서 더 많이 연결되는 것에서 더 행복하다거나 더 배운다거나 하는 점이 있는 것이고요. 사실 뭔가 간디학교가 나를 그렇게 이끌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멀지만, 거기에서 받은 영향이 크다는 걸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간디에서 생긴 질문에 답을 찾아가고 있는 그런 느낌이에요.

뭔가 ‘비전화공방’이나 ‘오늘공동체’나 다 그때 시작했던 질문들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앞으로는 새로운 질문이 더 생길까요? 

생길 것 같아요. 안 생길 수도 있지만. 

또 답을 찾는다는 거는 사실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는 거기도 하니까요. 언젠가 또 어떤 새로운 질문을 갖고 살아가고 계신지 들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혹시 집에 가셔서 ‘이 얘기 꼭 했었어야 하는데!’ 이런 게 생각나면 저에게 전화하셔도 되고 문자 보내셔도 되고. 혹은 ‘이런 얘기는 안 나갔으면 좋겠다’ 싶으시면 편하게 얘기해 주세요. 간디 졸업생 뉴스레터라는게, 아예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보다 신경 쓰이는 게 있을 것 같아요. 나를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나 그때의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한테 내 얘기가 나간다고 생각하니까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오늘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도 학교 다니면서 뭐가 공동체인지, 우리가 공동체인지, 그런 얘기를 3년 동안 했었었기 때문에 그때 생각도 많이 했고요.

저도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학교 시스템에 아쉬운 점도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배우는 거지’라고 하면 또 할 말 없는데 그 과정 속에 애들이 너무 고통받고 상처받는 것 같아요 그러지 않고 배울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리고 그 상처는 각자 알아서 하는 시스템이니까 어렵죠.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다들 너무 아프지는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또 지수님의 얘기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사실 ('너머의너머') 다른 사람들 인터뷰나 글 보면서 덜 불안해지더라고요. 제가 뭔가 대학에 간 것도 아니고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런 게 좀 해소되더라고요.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거면 됐다’는 마음이에요. 큰 건 못하겠지만 덜 불안하게, 덜 외롭게, 그 정도만 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