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함께, 또 새롭게 함께

만나서 반갑습니다. 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지현_갑자기 자기 소개 하라고 그러면 어떻게 해요. (웃음)

한결_내가 먼저 할게. 

지현_아니야, 내가 먼저 할래. 안녕하세요, 저는 간디학교 7기 장지현입니다. 일을 하다가 아이가 생겨서 지금은 아이 키우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렇습니다. 저는 엄마입니다.

한결_저는 7기 강한결이고요. 졸업을 하고 피아니스트가 되었고, 지금은 음악 선생님, 피아노 선생님이면서 8개월 된 선율이 아빠입니다.

선율이 소개도 한번 해주세요. 

한결_선율이 소개!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피아노 선율할 때에 ‘선율’이에요. 

지현_그래, 그래. 선율이 너무 너무 귀여운데. (사진을 보여주며) 웃을 때 너무 예뻐요. 

졸업한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두 분은 어떤 계기로 간디학교에 입학하게 되셨나요?

한결_1기 졸업생의 아버님이랑 저희 아빠랑 같은 학교에서 근무를 하셔서 소개를 해주셨대요. 엄마 아빠의 교육 철학과 잘 맞는 학교였나봐요.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9월에 입학했어요.

지현_저는 엄마가 예전부터 계속 간디학교 주방에서 일을 하셨거든요. 당시 교장선생님이 간디를 보내보라고 엄마에게 권유를 하셨었는데, 중학교 때까지는 미션 스쿨을 다니다가 고등학교를 간디로 입학하게 되었어요.

두 분은 간디학교에서 어떤 학생이셨는지도 궁금해요.

지현_저는 진짜 조용하고, 아마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한결_저는 반대로 완전 활발하고. 그 때도 피아노 많이 쳤어요. 그 전까지는 잘 안치다가, 학교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잖아요. 그 소리가 너무 좋아가지고 그때부터 다시 피아노를 치게 됐다고 항상 설명하거든요. 아무때나 쳐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그래도 된다고 해서. 아침마다 가서 몇 시간씩 치고 하루를 시작하고 그랬어요.

고등학교 3년을 같이 보내셨는데, 서로를 어떤 친구였다고 기억하세요?

지현_한결이는 별명이 '만인의 연인'이었어요. (웃음) 안 친한 친구가 없을 정도로. 한 번씩 괜히 이렇게 좀 건드려 보는 거죠, 친해지자고. 저는 이제 조용하기도 하고,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그냥 와가지고 장난도 걸어주고, 문자도 많이 하고. 그치?

한결_지현이는 엄청 조용하고, 도서관에서 책 보고 있는 시간이 엄청 많았어요. 저는 책을 별로 안 좋아해서 ‘뭐가 저렇게 재밌을까?’ 했죠. 책을 보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말하는 걸 잘 못 본 것 같아요.

지현_진짜? 저는, 도서관 관리하는 동아리 뭐지? (유도탄?) 아, 유도탄! 유도탄이어서 항상 도서관 정리하면서 책을 많이 읽었거든요. 한결이가 가끔 도서관에 와서 해리포터 빌려갔던 기억이 나요.

한결_제가 알짱거렸죠. 그때까지는 그냥 친구들끼리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었고, 연애는 졸업 후에 시작했어요. 

연애는 졸업 후에 시작하셨군요. 진로는 각자 어떤 방향으로 결정하셨어요?

지현_보경쌤이 고려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자기 뿌리를 찾으려고 하는 영상을 보여주셨었는데, 그때 ‘저거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국문과로 진학을 했어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복수전공 했죠. 저는 바로 대학을 갔고, 한결이는-

한결_저는 피아노로 진로를 결정했던 때가 고3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대학을 갈 실력이 안됐고, 대학로에 있던 서울재즈아카데미에 입학을 해서 재즈 공부를 시작했었어요.

지현_저는 대구에 있었고 한결이는 서울에 있었는데, 간간이 문자 하고, 연락하고, 서로 오고가기도 하고. 그때는 졸업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친구들끼리 애틋해서 자주 만났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연락을 쭉 하다가... 더 친해지게 된거죠. (웃음) 새롭게 만난 사람들은 간디 친구들이랑 느낌이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저는 특히나 마이너한 학생이어서. 최신 유행이나 그런 것에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관심사가 너무 다른 거죠. 그래서 간디 친구들이랑 그동안 학교에서 했던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더 자주 만났던 것 같아요.

한결님은 스무 살 즈음의 시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세요? 

지현_신났지, 뭐. 

한결_산속에 있다가 서울에 오니까, 밤낮 없이 신나게 놀았죠. 재즈클럽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공연도 매일 보고, 돈도 벌고, 밤에는 형들이랑 같이 술 마시고 음악 듣고 그런 게 너무 재미있었죠. 

두 분 성향이 굉장히 다르신 것 같은데,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한결_똑같은 사람끼리 만나면 재미없어요. (웃음)

지현_어느 순간부터 보통 썸을 타는 것처럼, 매일 연락하고, 매일 안부 묻고. 저는 그때까지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고, 연애를 별로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거든요. 뭐 그렇게 계속 연락을 하다가, ’사귀어볼래?’ 이렇게 얘기가 나왔겠지?

한결_거의 사귀고 있는 상황이었지. 여행을 같이 갔었어요. 여행 갔다와서 정식으로 ‘사귀어볼래?’ 한 거죠.  

서로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셨었어요?

한결_그냥 저랑 잘 놀아주니까. 그게 고마워서요.

지현_나는 그냥 연애를 한번 해보자, 그런 생각이었어요. 사실 우리가 너무 다르니까 오래 갈 거라는 생각도 서로 안 했을 거예요. 한결이는 군대도 가야하고. 사귀자고 하는데, 나도 싫지는 않고. 그러면 이 기회에 연애를 한 번 해볼까? 진짜 그렇게 시작을 했어요.

장거리연애로 시작을 하신 거네요. 

지현_저는 대학을 대구에서 다니고 있었으니까, KTX로 왔다갔다하면서 만나고. 우리는 항상 장거리 연애였어요. 결혼하기 전까지. 

한결_저는 군대를 21살에 갔는데, 다행히 상근이어서 집에서 출퇴근했어요. 언제 차여도 이상하지 않을 조건이었죠. 군인이고, 딱 봐도 하고 싶은 거 많고, 욕심도 많은데.

지현_그렇게까지 내가 힘든 건 아니었어서 찰 생각은 안했던 것 같아. (웃음) 나랑 다른 사람이라서 좀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애교도 많고. (그 다음에는요?) 군대 갔다가 이제, 유학 갔지. 그치?

한결_군대 갔다와서 저는 계속 피아노를 쳐야겠다 생각을 했고, 학교들 시험을 보고 했는데 떨어졌어요. 그 시기에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이 버클리 출신이셨는데, 그분이 유학을 가면 훨씬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 거라고. 그 말에 꽂혀서 유학 준비를 하고, 25살에 미국으로 갔어요. 그렇게 대학 생활을 시작했죠.

지현_저는 그때, 대학 졸업을 했죠.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려고 했었는데, 여러 시도가 자꾸 막혔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간디학교 행정실에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왔죠. 머리 식히기에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어요. 성향이 행정일을 좋아하거든요. 집도 학교 근처고. 그렇게 4년 동안 일을 했다가 서울로 대학원을 왔어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들어가게 됐죠. 사실 한결이가 군대 끝나고 유학 간 것까지는 자기의 미래를 위해서 그럴 수 있다 쳤어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정말 화가 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결_유학을 가서 3년 만에 졸업을 했는데, 뭔가 부족한 것 같고... 그러니까 대학원을 가야겠는 거예요. 그래서 대학원 2년만 더 기다려달라-

지현_정말 너무 화나고 짜증이 나서. (웃음) 정신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이거 헤어지자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유학을 가있는 동안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왜냐하면 시간대도 완전 반대고. 그리고 서울에서 신이 났듯이 미국에 가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 만나고 얼마나 신이 났겠어요. 서운하고 속상해서 많이 싸웠죠.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고등학교 졸업 후에 각자의 길을 가고, 쓰는 말들도 달라지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면서 멀어지기도 하잖아요. 두 분은 게다가 멀리서 연애를 지속하신 건데,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셨는지 궁금해요.

지현_그러니까요. 그래서 한결이한테 되게 고맙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유학 생활을 6년을 했거든요. 

한결_5년이야. 6년 같은 5년으로.

지현_5년을 했는데, 사람들은 다 저보고 대단하다 하는데, 어떻게 5년을 기다리냐, 군대도 기다리고 유학도 기다리고.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실 한결이가 새로운 곳에서 신나는 환경도 많고, 마음이 식기는 더 쉬웠을 것 같은데 오히려 한결이도 잘 기다려준 거죠.

한결_마음이 식었던 적이 한 번도 없어. (혹시 멘트를 준비해오셨나요?) 아니, 아니. 즉흥 연주예요. (웃음) 그리고 유학할 때 제가 한 설득은, ‘이건 나중에 우리가 더 잘 살기 위해서 지금 투자하는 거다’. 제가 계속 그 말을 했었거든요. 그 말을 너무 지키고 싶은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나를 믿고 이렇게 기다려줬는데. 그래서 유학가서 피아노만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가 이제 유학 끝나고 이제 한국 들어오기 전에 직전에 지현이가 미국에 왔었어요. 그때 같이 LA 쪽을 여행했는데, ‘아, 결혼 하겠구나’ 생각이 들었죠.

지현님도 같은 생각이셨나요?

지현_아니요. (일동 웃음) 한결이는 그렇게 대화를 좋아하진 않아요. 자기 마음을 말로 풀어 설명하는 걸 잘 못하고, 별로 즐기지도 않고. 반면에 저는 그런 걸 듣고 싶어 하고 내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한결이는 리액션도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거의 헤어진 상태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의무적으로 연락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미국에 갈 기회가 생긴거죠. 나는 헤어지더라도 만나서 헤어져야겠다 생각을 하고 미국을 간 건데, 한결이는 제가 그 먼 타지까지 오로지 자기만 믿고 왔다는 사실에 또 감명을 받은 것 같아. 난 속으로 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런데 만나니까 너무 잘해주는 거예요. 내가 불편하지 않게 교통카드라든지 휴대폰이라든지 다 준비해놓고. 진짜 모든 만반의 준비를 막 다 해놓고 기다린 거예요. 

한결_원래 제 본 모습을 이제 거기서 본 거죠. (웃음)

지현_그래서 저는 ‘얘가 진짜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렇게 잘해주려고 그러나?’ 했어요. 그런데 여행 막판에 인파가 되게 많은 길에서, 제가 앞에 가고 한결이가 뒤에서 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우리 결혼하자.’ 그 얘기가 들렸어.

한결_거기가 뉴욕이었을 것 같은데, 저도 뉴욕을 그때 처음 갔었거든요. 이 사람이 뉴욕에 나 때문에 와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데 다 안 보이고, 여기 이렇게 이 사람이 서있는 게…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지현_이런 얘기 처음 들어. 그전에는 결혼 얘기를 꺼내면 피하고 막 그랬었어요. 그런데 저는 불안하니까 계속 대답을 요구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뒤에서 들려온 결혼하자는 말이 진심인가 아닌가 하면서도 기다리던 확답을 들은 것 같아서 또 좋기도 하고.

한결_그때 안 갔으면 그 근처에서 헤어졌을 수도 있어. 아무튼 그렇게 2017년에 한국으로 돌아왔죠. 

지현_그때 저는 서울에서 대학원 다니고 있었고. 저도 그때쯤부터 이제 이 사람이랑 결혼을 해야겠다, 이렇게 마음을 먹은 거죠. 구체적이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결혼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한결_안정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단 우리 둘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가 됐거든요. 어머니가 결혼 언제 할 거냐고 물어보시기도 했고. 귀국한 다음에 1년 있다가 결혼을 했죠.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을 만났지. 9년 동안 롱디 하다가 이제 마지막에 서울에서 같이 1년을 보냈는데. 그때 서울에 같이 있을 때 너무 좋았죠.

지현_가까이 사는 연인들이 할 수 있는 그런 거 있잖아요. 그냥 갑자기 ‘나 지금 떡볶이 너무 먹고 싶은데 만날래?’ 같은 거. 그런 소소한 것들을 같이 하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나요.

일종의 청혼을 하셨나요?

한결_했죠. 어떻게 했냐면 일단 한 번 제가 두 번을 했는데요. 나주였나?

지현_전주야. 결혼식이 있어서-

한결_아니야 그걸 우리 결혼 한 다음이야.

지현_아, 미안. 기억이 잘 안나요. (웃음)

한결_너무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전주 여행을 가서 차 안에서 목걸이 주면서 얘기를 했는데, 너무 분위기가 안 나고 이상한 거예요. 그래서 이거는 프러포즈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가, 다른 날에 저희 집에서 한번 더 했어요. 편지에 구구절절한 멘트를 적어서, 반지를 주면서 결혼하자고 하면서 읽어줬는데 그때 눈물이 나는 거야.

지현_자기가 읽으면서 자기가 울어. (지현님은 어떻게 기억하세요?) 저도 처음에 차 안에서 프러포즈 했을 때는… 너무 고맙긴 한데 프러포즈라고 하면 생각하는 이미지 같은 게 있잖아요. 그래도 좀 조용은 해야 될 것 같고. 그랬는데 옆에 사람들 오뎅 먹으면서 이렇게 돌아다니고. 휴게소였거든요. 불도 환하고. 조금 아쉽긴 아쉽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또 제대로 프러포즈를 해줘서 좋았죠. 근데 어느 순간부터 한결이가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지금은 표현도 잘하고 자기 마음도 잘 얘기를 해 주고 편지도 되게 자주 써주고. 오히려 저는 요새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하나도 못 챙기는데 특별한 날마다 카드 써주고. 로맨티스트예요.

생활을 같이 한다는 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 결혼 생활을 시작하니 어떠셨어요? 

지현_너무 좋았어요. 처음에는 한결이 집에 제가 들어간 거라서 약간 얹혀사는 듯한 느낌도 있긴 있었어요. 지금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아무튼 역시나 뭐 신혼은 신혼이니까 너무 좋고, 만났는데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좋고. 야식도 먹고 산책도 하고. 바로 뒤에 낙산공원이 있었거든요. 밤에 공원 산책하고.

한결_하루의 시작과 끝을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현_준비한 멘트 같은데.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와 오랫동안 연애를 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요? 

한결_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같이 보고 지내왔다는 걸 아는 거. 뭔가 내가 생각한 것과 엄청 다른 사람이 아닐 거라는 걸 아니까.

지현_상대방도 나에 대해서 잘 알고. 대화를 할 때 설명해야 되는 부분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내가 고등학교를 대안학교를 다녔는데, 거기는 뭐 다 같이 모여서 식구총회라는 게 있었고. 그런 것들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 그리고 이 사람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의 범위가 되게 넓은거. 그런 것도 좋고. 안심이 되죠.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인 것 같아요. 설렘도 좋지만, 저희는 정말 이렇게 ‘찡긋’하는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하는지 다음에 무슨 행동을 할지 다 알거든요. 그런 것들이 되게 편안하고 좋아요.

반대로 사람은 변화하기도 하잖아요. 20대, 30대가 되면서 서로 새롭게 알게 된 면도 있었나요?

지현_저는 아직도 알아가는 중이긴 해요. 이제까지 발견 못 했던 모습을 발견을 할 때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저는 한결이가 항상 사람이랑 같이 있는 거 좋아하고, 술 마시는 거 좋아하고, 북적북적한 시간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생각보다 내성적인 거예요. 근데 그게 너무 낯선 거죠.

한결_지현이가 말이 많이 없는 줄 알았는데 없지 않았어요. (웃음) 그런데 이건 부부 간에, 그리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해야하는 대화 같기도 하고?

지현_그리고 나는 고등학교 때랑 많이 변했어. 고등학교 때는 약간, 로봇 같이 다녔던 것 같거든요. 근데 대학에 가고, 또 저는 독립 영상 미디어 센터 같은 데서 활동을 했었는데, 거기서 사람들 많이 만나고 그러면서 성격이 밝게 바뀐 부분도 있어요.

부부가 된 지 4년 정도 지나서 이제는 선율이의 부모가 되셨잖아요. 또 다시 새로운 단계를 함께 하게 되신 건데, 어떠세요?

지현_너무 힘들고. 

한결_진짜 힘들다. 

지현_아기는 너무 너무 예쁜데, 그거랑 별개로 너무 힘들어서 동지애 같은 게 생기는 것 같아요. 전우애랄까. 

한결_저도 아기 키우는 게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는데. 저희 애기는 잠을 잘 안자요. 잠만 잘 자줘도 진짜 좋을 것 같아요. 임신했을 때부터 저희도 1년 째 잠을 제대로 못 잤을 거예요. 그래도 아기는 저희 둘이 만들어낸 최고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생각하면 힘든 것도 참을 수 있죠.

지현_너무, 너무 좋은 말이야. 그리고 이제 아기가 생김으로 인해서 좀 더 가족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저희 엄마가 옛날에 너희는 애가 없고 너희 둘만 있으니까 소꿉놀이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이를 키우고 그러다보니 어떤 느낌에서 그런 얘기를 했었는지 알 것 같아.

그럼 이제 선율이를 보시면서 앞으로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하시는 점이 있으세요?

지현_저희 아버님이 맨날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잘 싸면 문제없다’. 그런데 단순해 보이는 네 가지를 다 하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지금은 선율이가 그 네 가지만 잘 해줬으면, 그리고 그럴 수 있게 내가 역할을 다 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한결_‘너도 애 낳아봐라’는 말이 뭔지 확실히 이해가 되고요. (웃음) 책임감이 강해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요. 그리고 내가 이 애를 위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 잘 할 수 있는거를 매일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해주고 싶어요. 해주게 될 거예요.

두 분이 모두 간디학교를 졸업하셨는데요. 이제 양육자 또는 학부모의 입장으로서 ‘대안학교’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세요?

한결_아이가 자란다면 아이의 의사를 많이 물어볼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부모님이 가고 싶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이미 의도를 갖고 물어보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크게 생각 없이 따르기도 했었구요. 선율이한테는 가고 싶냐고 더 많이 물어볼 것 같아요. 

지현_일단 기본적으로는 저희 둘 다 간디학교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고 가능하다면 그걸 선율이도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아까 얘기한 잘 놀고, 잘 자고, 그럴 수 있는 조건들을 많이 제공을 해주는 것 같고요. 최고로 치는 가치들이 일반 학교하고는 좀 다르잖아요. 세상이 말하는 최고랑 진짜 네가 생각하는 최고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스스로 깨우치게 해주고 싶고요. 사회에서 말하는 좋은 루트, 좋은 직업 같은 것들을 맹목적으로 좇지 않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어요. 물론 일반학교를 간다고 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요. 아직 선율이가 어떤 성향의 사람으로 클지 모르지만 어느 학교가 잘 맞는 아이인지는 저희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한결_이건 제가 졸업한 직후에 되게 많이 했던 얘기인데, 간디 졸업한 사람이랑 일반 학교 졸업한 사람이랑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그럴 거면 고등학교 3년을 즐겁게 보내는 게 좋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계속 책상에만 있는 건 불행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대안학교가 좋은 것 같애. 

10년이 넘는 두 분의 역사를 쭉 돌아봤네요. 서로 그동안 몰랐던 얘기도 들으셨을 것 같고요. 서로에게, 혹은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한결_오늘 이야기랑 연결되는 지점으로 얘기를 하자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면 잘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저희가 중간에 한 번이라도 그만 만나자라고 했으면 결혼도 못하고 선율이도 없었을 거잖아요. 피아노도 오래 친 사람이 잘 치게 된다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결국 누가 마지막까지 계속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이 되느냐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지현_한결이랑 연애를 하면서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를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 꼭 우리가 간디에서 만난 인연이기 때문에 이렇게 잘 만난 건 아니겠죠.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럴 거예요. 힘들지만 안 맞는 부분들을 서로 맞춰왔다는 생각을 늘 하는데, 그런 점에서 저 스스로도 장하고, 노력해 준 한결이한테도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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